제목을 뭐라고 해야할지
아야베는 안 나오는데 아야토나라고 생각하고 썼지만 3하 글인 것도 같은 이상한 짧은 글
"카즈마, 나 머리 좀 잘라 줘."
토나이가 그렇게 말을 꺼낸 것은, 6학년이 되고도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의 일이었다. 계절은 봄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낮이 짧아 이른 시간에도 바깥이 어둑했다. 카즈마는 등잔의 심지를 돋우다가 말고 고개를 들었다. 방 안까지 파랗게 밀려들어온 어둠에 상대의 윤곽이 희미하게 보였다. 그 손에 들린 날붙이의 희뜩한 빛에 문득 눈길이 갔다. 카즈마는 일단 등불을 켜기로 했다. 심지 끝에 불을 밝히자 노랗고 작은 빛이 어둠을 조금 몰아냈다. 토나이가 자연스럽게 그의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같은 눈높이에서 마주본 얼굴은 약간 침울한 것도 같은, 아리송한 낯이었다. 몇 해 전만 해도 생각하는 것이 죄다 낯에 드러나는 편이었는데, 나이를 허투루 먹은 것은 아닌지 최근 들어 토나이는 표정을 읽기가 어려워졌다. 그래도 그런 표정은 익숙했다. 요 몇 달 간 토나이는 줄곧 그런 표정으로 어떤 생각에 골몰하는 눈치였다. 무슨 생각인지 캐어묻지는 않았지만, 그 생각이 계절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았다. 학교라는 곳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으로 머무는 장소였고, 겨울과 봄 사이에는 으레 떠나가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었다. 매 해마다 생기는 이별에도 이제는 나름대로 익숙해진 참이었다. 그러나 익숙해졌다고 해서, 개개의 상실까지 어떻게 되지는 않는 법이다.
"왜 갑자기 머리를 자르게?"
"음, 그냥."
대답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이유를 정확하게 말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다. 토나이는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머리를 자르지 않았다. 머리가 자라는 속도는 더디었지만 꾸준했다. 이제는 올려 묶어도 허리께까지 올 정도로 길고 치렁했다. "아깝잖아. 그렇게 오래 길렀는데." "그래도, 너무 길어서 불편하기도 하고, 좀." 말하면서 그는 시선을 슬그머니 아래로 떨어트렸다. 고개를 숙이자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이 얼굴 앞으로 몇 가닥씩 흘러내렸다. 그는 짧은 칼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던 손으로 제 머리카락을 쥐었다. 불현듯, 그 손끝에 와락 힘이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이렇게 긴 건 이제 싫어." 그가 쓴 것을 뱉어내는 것처럼 말했다. 고집스럽게 떨어지는 말끝에서 단호한 진심을 보았다.
카즈마는 그가 건네어주는 날붙이를 받아들었다. 발치에 천을 하나 깔아두고 돌아 앉은 그의 머리카락을 일단은 아무렇게나 한 웅큼 쥐었다. "너는 항상 머리 끝이 뻗치더라." 손가락 사이로 비져나오는 머리카락을 보며 입을 열었다. "잠버릇 때문에 그래." "그래, 내가 잘 알지." 그 말에 그제야 토나이가 조금 웃었다. 어깨 위에서 머리카락을 모두 걷어올리자 뒷목이 드러났다. 오랫동안 길러온 것을 아는 탓인지, 이상하게도 선뜻 손이 가지 않아 카즈마는 칼 손잡이를 고쳐 쥐며 어물어물 망설였다. 그러나 그런 그의 망설임과는 상관 없이 날을 가져다 대자 머리털은 썩둑썩둑 손 쉽게도 잘려 나갔다. 금세 발밑에 터럭이 뭉텅뭉텅 쌓였다.
머리 끝을 일정하게 다듬는 데 집중하던 와중에, 토나이가 문득 입을 열었다. "그래서 안됐던 걸까." 그 말은 지칭 대상이 모호했다. 가리키는 것을 알 수 없는 말에 대답을 찾을 수 있을 리가 없어 카즈마는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토나이는 아랑곳 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사실, 머리 기르는 것도 별로 의미 없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사각사각, 날이 스치는 소리가 말과 말 중간에 대답 대신 끼어들었다. "그런다고 내가 그 사람이 될 수 있을리도 없고……." 그 말에서, 그제야 카즈마는 이것이 대답이 필요한 말이 아닌 일종의 혼잣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묵묵히 잠옷 자락에 붙은 머리카락을 털어냈다.
"이제는 볼 일 없겠지."
그의 뒷목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집어 내다가 문득, 그 목이 뜨겁다는 것을 알았다. 카즈마는 저도 모르게 그 등에 손바닥을 대었다. "이제는……."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다가 침묵이 되었다. 침묵은 조용히 맺혀서 흘러내렸다. 카즈마는 그의 얼굴을 보지 않고도 그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가져다댄 손으로 그대로 천천히 쓸어내렸다. 윽, 하고 울음을 삼키는 소리가 터져나오다가 잦아들었다. 반쯤 잘려나간 머리카락이 그들 사이에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가닥이 너무 많아 개수를 셀 수도 없었다. 꼭, 그런 마음임을 묻지 않아도 알 수가 있었다. 6년이나 보아왔으므로,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었다.
그는 오랫동안 울었다. 카즈마는 그 동안 내내 그의 등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한 계절의 끝이었다.
센조<아야베<토나이가 좋다. 토나이가 센조를 좋아하는 아야베 때문에 줄곧 머리를 기르다가 아야베가 졸업하고 나서 머리를 자르는 것을 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반쯤 희석해놓은 듯한 글